이티 / E.T. the Extra-Terrestrial

1982 / Steven Spielberg / IMDb
★ 4.1

명작일 수록 쉽게 봐지지 않는다. 이티를 봐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하고, 끝내기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봤을 때 처럼 이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의 나는 꽤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언젠가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될 모든 어린이에게…”

이티가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 포스터 한 켠에 적혀있던 이 문구보다 이 영화를 잘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이 영화의 가치가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간을 마음 속에서 한 번 더 엉켜냄으로서 극대화된다는 것을 이렇게 쉬운 말로 깔끔하게 표현해버리는 실력이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알렌 데비오 촬영감독의 장점이 마구 쏟아지는 영화였다. 카메라를 한 쪽으로 패닝시키며 인물이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 들어오는 구도를 만드는데, 그게 정말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모든걸 다 담지 않으려 해도, 정보 전달에 있어 맥시멀하지 않을수록 관객은 그 상황에 상상을 더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굉장히 naive한데, 이걸 띵작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정말 대단해보였다. 단순히 사실의 나열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 그런 의미에서 왜 작년, 제작년 개봉 영화들이 그렇게 실망스러웠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ILM에는 어떤 에셋들이 남아있을까. 정말 마음이 웅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