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이즈 어프레이드 / Beau Is Afraid

2023 / Ari Aster / IMDb
★ 3.7

러닝타임 중 첫 한 시간은, 아니야.. 딱 10분만 보고서도 대작의 느낌을 받았다. 좋은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세심하게 다듬어 넣은 장인의 느낌을 받았다. 그 장인 정신의 느낌은 러닝타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지만, 마지막 1시간에 감독님의 투머치토크 폭주로 대작에서는 한 스텝 내려온 느낌. 애스터 감독님.. 어떤 삶을 살아오셨던 건가요.. 가족들과 부디 원만한 합의 되시길 바랍니다.

전반부는 무척 아리송했다. 스콜시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처럼 속이고 있는 것인지 아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인지, 환상의 경계에 놓인 것인지, 여러모로 불투명했다. 그런데 그 아리송한 안개 속에 갇힌 기분이 꽤 흥미로웠다. 안개 속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스릴을 있는 그대로 상념없이 즐길 수 있었다.

촬영이나 미술도 좋았지만 음악과 음향이 무척 좋았다. 튀지 않고 영화에 녹아드는데 무척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대단한 센스.

흔들리는 선박에서 시작된 보의 자그마한 반항의 시작이 애절하게 느껴졌다. 인생을 살아가는 한 조각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이 먼 3시간을 달려왔구나 싶었다. 나를 만들고, 나를 점점 잠식하다 결국엔 파괴해가는 존재란. 코끝이 찡하다.

A24의 기세가 정말 대단하다. exponential한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