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선생의 카메라 / Mr. Koo's Camera

1988 / Sangsoo IM, Hancheon BAE
★ 3.2

오프닝 크레딧부터 임상수의 패기가 느껴진다. 아주 포부가 당찼던 사람이구나 싶은 느낌이 강렬하게 전달된다.

너무 놀랍게도 이후 임상수의 영화들과 비슷한 색의 영화였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뭔가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얘기를 할 것처럼 시작하지만 끝날 때쯤 보면 아주 빈 깡통이었던, 거창한 꿈과 포부로 포장해 놓았지만 빈 알맹이뿐인 그런 색.

영화제 제공 Overview

비참한 서울의 월급쟁이 구선생에겐 주말마다 사진 촬영을 다니는 취미가 있다. 촬영 중 우연히 투기꾼들을 사진에 담게 되고 그들은 구선생을 기자로 오인하여 융숭한 대접을 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구선생은 기자인 양 촬영을 다니다가 노동투쟁에 휩싸여 노동자들에게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구타 당한다.

영화제 제공 Review

회사에서 부품처럼 일을 하는 구선생은 커다란 사회 안에서도 사회에 생채기 하나 못 내지만, 사회는 구선생에게 큰 상처를 주는 공평치 않은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던 구선생은 전처럼 행복만을 느끼며 사진을 찍을까? 아니면, 트라우마를 안고 보답을 바라게 된 사랑 없는 취미로 전락되어 버렸을까. (임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