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 Absence

2023 / Lang Wu / IMDb
★ 3.3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은 꽤 재밌어 보이는 영화들로 가득했다. 그 중 <부재>를 제일 먼저 보게되었다.

감독님은 이 영화가 부재에서 비롯한 새로운 공간의 창조라 했다. 인물들을 멀리서 조망하는 시처럼 표현된 영화. 유난히 상반된 랍스터 샷의 의미가 궁금했는데, GV 시간 부족으로 묻지 못해 아쉽다.

시처럼 표현된 전반적인 롱샷과 달리 쨍한 색감과 고정된 카메라로 찍힌 랍스터샷. 비단 랍스터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이따금씩 튀는 컬러 톤과 보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우연인지 의도인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제작자까지 모두 자리에 앉아 관객과 함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보는 GV는 처음이었다. 다만, 모더레이터도 GV 게스트도 과도하게 차분하신 분들인데다가, GV 중간중간 자리를 뜨는 이들이 많아 다소 텐션이 떨어지고 집중이 되지 않아 아쉬웠다.

아리송한 영화다. 어떨 때는 첫 장편 작품치고 괜찮은 미장센으로 무장한 영화 같다가도, 어딘가 허술한 부분들이 많게 느껴지기도 하고. 배우들의 힘은 강력했다. 아직 차이밍량 감독과 이강생 배우가 함께 했던 작품들을 한 작품도 보지 못한터라, 올 상반기엔 이 작품들도 반드시 챙겨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10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하이난섬의 고향으로 돌아온 유는 옛 연인 홍과의 관계를 되살리려 노력한다. 아파트를 사려는 홍의 계획으로 두 사람은 어려운 현실을 마주해야 하지만, 끈질긴 인내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고 서로의 부재를 메우게 한다.

영화제 제공 Review

<부재>는 건축가 출신인 중국 우랑 감독의 동명 단편을 바탕으로 한다. 10년 동안 감옥에 있다 출소한 남성 한장유가 고향인 중국 남부의 하이난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적 정서 위에 사회드라마의 굵은 선을 긋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한장유가 자신의 애인이었던 수홍을 만나고 아이 야오와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한 축이라면 부동산 열풍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축이 된다. 한장유와 수홍이 재회하고 결국 마음을 나누게 되는 과정은 로맨틱하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묘사된다. 한편, 하이난이란 공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최첨단 빌딩이 즐비하고 곳곳에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도심과 수홍이 살아가는 전근대적 환경인 변두리의 공간적 대비는 영화의 주제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부재>에서 주목할 요소는 한장유를 연기한 배우 이강생이다.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의 인상은 숱한 생채기 속에도 새로운 삶을 묵묵히 꾸려가는 주인공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