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 Killing Romance

2023 / Wonsuk Lee / IMDb
★ 3.3

2023년 대한민국의 문제작 킬링 로맨스를 봤다. 상반기 한국 영화들이 우수수 다 떨어져 나간터라, 상반기의 보루로 남았다는 두 작품 중 한 작품이랬다.

예고편을 무지 재밌게 봤는데, 미리 시사에서 보고온 사람들의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의 양극화를 보니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극호까지는 아니었지만 호에 가까운 즐거운 관람이었다. 앞으로 한국 영화사에 타조가 말하는 대사가 또 나오기란 어려운 일이겠지..

무엇보다도 이런 작품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멋있었다. 인생을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재밌게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랜 꿈을 속삭일 땐 오글거리기보다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배유람 배우가 맡은 이영찬이나 오정세 배우가 등장한 찜질방 씬은 소리를 내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센스의 완급조절이 능숙하지 못해 이따금씩 B급이 아닌 C급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진심이 느껴져 몰입해 볼 수 있었다.

왜 HOT 행복에 집착했을까 궁금했는데, 엔딩크레딧을 따라 부르며 깨닫게 되었다. 멜로디도 가사도 건강한 순수함으로 도배된 노래가 조나단을, 범우를, 여래를, 그리고 이원석 감독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현의 형태가 다를뿐 모든 악도 열정도 순수함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해가며 살아가는 지가 너무 중요하다는 역설이 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