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내 사랑 / Hiroshima Mon Amour

1959 / Alain Resnais / IMDb
★ 3.3

2020년부터 보기 시작해, 장장 4년이 되서야 영화를 마쳤다. 이렇게 길게 본 영화가 또 있던가. 왜 오래 걸렸냐를 생각해보면… 술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의 구성때문이기도 했고, 짧은 호흡으로 보기엔 부담스러워 영화를 보기 전 앞뒤의 시간에 넉넉한 여유를 둬야 했던 것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두고 천재적이라고 하기도 한다지만,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말했듯 영화를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정의해 이 영화를 소비한다면 내게 있어선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역사’와 ‘피해’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고 영화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은데..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겨진 사랑과 사건에 대해 잘 빚어놓은 만두처럼 이야기를 봉합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의 연기나, 다소 불친절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은 확실히 걷어내는 감독의 연출은 몰입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너무 작위적이게 느껴지는 화법은 좀 방해가 되긴 했지만..ㅎㅎ

다소 직유로 가득한 근현대 문학작품 한 편을 읽은 느낌이다. 프랑스문화원 세대의 씨네필들은 이런 감성 위에서 꽃을 피웠구나, 그 배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