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칸 / Compartment No. 6

2021 / Juho Kuosmanen / IMDb
★ 4.2

2021년에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하다. 찾아보니 티탄이 황금종려상을, 아네트가 감독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가 각본상을,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레나테 레인스베가 여우주연상을 탔던 탔던 그 해이다. 이렇게 놓고보니 칸영화제는 아주 대단한 상업영화제였구나 다시금 느낀다.

보드카를 곁들인 <비포 선라이즈> 라는 누군가의 평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내가 탔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4인실을 생각했다. 무뚝뚝하지만 가지고 다니던 만능 열쇠로 차장 몰래 창문을 열어주던 넉넉한 풍채의 아주머니. 차장실에서 빌려온 러시아 기차 특 유리컵에 담아 마시던 뜨거운 차. 스킨헤드의 날카로운 눈빛을 생각하면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해 아우슈비츠로 향하던 밤기차가 생각나기도 한다. 4명이었는지 6명이었는지, 침대를 펴기 전 좌석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접고 낑겨탔던 기억이. 열차에서의 로맨스나 드라마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혼자라도 떠나야만 했던 여행, 여행 내내 잘 놓아지지 않던 수화기, 입을 맴도는 말들. 영화에서 상황을 보여주는 방법은 투박하면서도 섬세하다. 영화를 시작하는 오프닝은 세련되었고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내가 경험해보지도 않은 공간과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머니는 잘 살고 계신지, 라우라는 모스크바로 잘 돌아가는지, 여백이 많이 남았지만 덜 궁금해 하기로 했다. 대신 무르만스크까지 지속된 감정의 곡선을 더 rich하게 즐기고 싶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게 얼마만인지.

세상에 온전히 홀로 서기 위해서 필요한 온기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