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 Tár

2022 / Todd Field / IMDb
★ 3.5

초반에 긴 호흡으로 흘러나오는 크레딧이 좋았다. 덕분에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의 일부까지 담당했단 것도 팁으로 알게되고.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때문에 서둘러 극장을 나설 관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엔딩크레딧과 중복되는 오프닝 크레딧을 일부러 중복해 넣은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먼저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거대하고 특별한 사건을 주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님에도 텐션이 쫀쫀하게 느껴졌다. 2시간이 조금 더 흘렀을 땐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몇 개나 있었지?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할 정도로 이 영화는 케이트 블란쳇에 전적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기분이었다.

영화 초중반 연습에서, 말러의 어떤 complex한 깊이가 잘 표현되지 않는다는 대사가 생각난다. 이 영화와 무척 닮아있는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묘사하고 싶은 것이 선과 악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 이분법적으로 나눠지지 않는 무척이나 complex한 인간과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잘못으로 많은 것을 잃고 돌아간 린다 시절의 과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번슈타인을 보는 리디아를 보며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더 아리송해졌다. 리디아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둬야하는 지 관객으로서 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젠더, 개인의 잘못, 고집과 아집, 도덕, 능력, 여러 가지의 잣대로 잘게 잘게 쪼개어 봐야할 것 같다. 그런 작은 조각들로 구분되면 영화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다른 주연작과는 다르게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배우가 사라지고 리디아 타르만 남은 멋진 3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