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 Babylon

2022 / Damien Chazelle / IMDb
★ 3.8

데미언 셔젤 감독이 칼을 갈고 만들었단 생각을 했다. 정말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다 한 느낌. 라라랜드와 위플래시에서 아쉬웠던 점들이 모두 충족되는 기분이었는데, 아쉽게도 그 작품들에서 빛나는 매력의 일부는 좀 잃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 정말 말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보고 싶다거나, 인생 영화라고 칭하고 싶진 않은데, 취향의 차이가 이렇게 무섭다.

아바타2가 CG를 쏟아 부었다면, 바빌론은 물량공세를 쏟아 부었다는 느낌이다. Fine art를 만들기 위한 두 거장의 서로 다른 접근법.

영화가 계속 될 수록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점차 헷갈려 갔다. 혹자는 과거의 영화의 영광에 대한 향수라고 하기도 하는데, 구지 그렇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매체가 무엇이든 인간을 자극하고 현혹하는 불멸의 마약같은 모든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그리고 경멸과 거부감이 모두 뒤섞인 느낌이었다.

영화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영화가 무엇인지,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텅빈 도로에서 고요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