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2022 / Gillermo del Toro / IMDb
★ 3.9

회사에서 기예르모 감독님의 톡이 있었다. 전체 영화 인생에 대한 톡은 아니었고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제작에 한정한 주제로 진행된다 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를 재밌게 봤던터라 꼭 듣고싶어 예습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공지를 너무 늦게 본 탓에 결국 끝까지는 보지 못한 채 톡을 들어야 했지만.. 어쨌거나 영화를 반절 본 뒤 톡의 반절을 듣고 나머지 영화 반절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아바타보다도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만든 작품이었다. 어떻게 만들었을지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제작 방법이 상상도 안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어찌되었건 나중에 이 영화를 대상으로 한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감을 잡았는데, 과정을 알게되니 더 대단해 보였다.

처음엔 캐릭터들의 비주얼이 너무 이질적이라 이따금씩 집중을 놓치기도 했는데, 스토리와 음악, 편집, 촬영, 조명 등 온갖 영화의 요소들이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팀이 만든 좋은 영화같이 보였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주고 아껴주는 것, 알면서도 쉽지 않은 일을 말한다. 내가 어릴 때 본 동화 피노키오에선 생각치 못했었는데. 역시 얼른 나이가 들면서 층층이 달라지는 레이어드된 평점 시스템이 나와야..

케이트 블란쳇이 어디에 나오는걸까 찾아보는 맛이 있었다. 나중에 배역을 알고 화들짝 놀라버리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에 등장하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첫 대사를 듣자마자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함박 미소를 지었다. 기예르모 감독님의 인복이 부럽다.

영원히 아이로 남은 채 곁의 사람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저 멀리 산너머로 걸어나가는 피노키오의 엔딩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을 찔끔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