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Phantom

2023 / Hae-Young Lee / IMDb
★ 2.8

요즘 복싱에 열심이라 액션을 보는 감회가 남달랐다. 혹여라도 다나카가 보면 심장 어택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마음 아픈 토픽들을 괴식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아 속상했다. 힘이 잔뜩 들어갔는데 그게 가끔은 오글거리기도 하고, 너무 일차원적이기도 하고, 겉멋에 치중해 본질을 놓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루는 영화들은 대체로 미술이 안타깝다. 소품이나 색감이나 여러가지 디테일을 신경쓰는 것은 알겠지만, 벽과 건물의 매터리얼의 텍스쳐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다. 물론 예산 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었다 말하겠지만, 예산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게 미술팀의 역할이라 생각하기에.. 고급진 복도를 표현했지만 그게 너무 합판같이 느껴져 볼 때마다 몰입을 방해하곤 했다.

배우들도 속상하고, 감독도 속상하고, 스탭들도 속상하고, 모두가 영화를 보고난 뒤 속상할 것 같았다. 어떤 마지막의 미장센을 머리에 그려놓고 영화를 백트레이스하며 구성한 느낌이라 그런걸까. 왜 박찬욱의 아가씨가 좋았는지 새삼 비교를 하게된다. 생각해보면 기담도 저예산으로 만들었을텐데, 역시 센스의 문제인가..

게다가 중간중간 눈에 띄는 어색한 CG도 몰입을 방해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타는 무언가가 빌딩으로 날아드는데 누가봐도 컴포지션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종로 뷰로 바라보는 총독부같은 좋은 CG도 있었는데, 뭔가 평균적인 강약조절이 잘못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