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이야기

A Resistance / 2019 / Min-ho Cho / IMDb
★ 3.6

1919년을 나는 너무 글로만 배웠다. 시대의 일부를 시각화하고, 밝혀지지 않은 순간들에 상상의 여백을 제공한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 10대와 20대를 보내봤기에, 그 신념과 선택의 어려움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젊으니까 가능한 고집을 넘어선 신념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다.

역사적 사실에서 다시 영화의 테두리로 돌아와 말을 하자면.. 2020년대의 말투를 사용하는 배우들이 몰입을 좀 방해하기도 했다. 당시의 말투를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할 바에, 현대의 말투로 현대의 우리에게 말함으로써 “사실성"보다는 “현실성"의 무게를 뒀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상이나 세트처럼 시각적 요소에서 느껴지는 현대와 과거의 괴리가 분명 존재하는데, 말투만 바꾼다 해서 “현실성"이 높아지는 느낌은 아니었달까. 시대극의 딜레마.

8호실이라는 좁은 공간을 좁게 느껴지게 보여주는 능력이 좋았다. 일부 인물의 타이트한 샷이 섞임에도, 그 공간엔 사람이 가득 찼을 거란 상상을 하게 만드는 편집이었다.

흑백의 화면에서 주먹밥의 풀기와 콘크리트의 거칠기가 더 생생히 전달되었다. 어떤 장면에선 눈을 가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시절을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