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

Lucky Chan-sil / 2019 / Cho-hee Kim / IMDb
★ 3.3

영화의 제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의 포스터였다. 아니, 어떻게 영화를 이렇게 해석해 포스터를 만들었지? 정말 그 능력에 감탄..

사실, 영화에 쏟아진 찬사에 비해 그저 그랬다. 영화의 어떤 점들이 좋다는지 이해가 가지만, 홍상수스러운 직진의 느낌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좋은 게 왜 좋은지 관객을 붙잡고 말하는 영화는 조금 부담스럽다.

결국 상황을 타파하는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얼마나 좋은 디딤돌이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비단 찬실이뿐만 아니라 소피도, 할머니도.

오랜만에 듣는 정영음에 화들짝 놀랐다. 이렇게 박제되어 영원히 세상에 남겨지는 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어떤 것의 아이덴티티로 소비되어 버리는 세상이 안타깝기도 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가 좋은 이유가, 정영음의 감성을 세상 사람들은 너무 쉽게 소비해버린다.

한편으로 재밌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나는 ‘베를린 천사의 시’ 편을 반복해 들었다. 영화에 삽입된 에피소드는 ‘베를린 천사의 시’ 이후 편인 ‘집시의 시간’ 편이었는데,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구나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더운 여름날, 추운 입김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