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와일드

Into the Wild / 2007 / Sean Penn / IMDb
★ 4.5

타이틀이 나오기 5분까지만 보고도, 띵작임을 알 수 있었다. 카이밍글 영화방 왓챠파티로 보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 띵작 오프닝의 감동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영화의 전반엔 인생을 뒤흔드는 고민과 고뇌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적당한 정도의 텐션이었다면, 크리스토퍼는 분명 대학 졸업 후 가족과 연을 끊고 평범하게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 깊숙이 도망쳐야만 했던, 더 자연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던 고뇌의 무게는 어떤 느낌일까.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토퍼에게 가족의 의미가 남달랐기에, 평생을 가족과 함께해야 그도 행복하다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기에 깨달음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이란 생각.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여행이 아니라 결국 깨달음을 얻고 돌아오는 여행. 진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이나 연을 끊고 사회로 숨어버린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을 의심 없이 깨닫기 위해선 극한까지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

대단한 음악, 쪼였다 풀었다 반복하며 광활함과 공허함을 모두 담아내는 카메라. 인물들의 탄력. 아카데미 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지금은 고인이 된 할 홀브룩의 연기에선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안에 존재하고, 이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 안팎을 오가는 스릴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있겠으나, 결국 우리는 함께하고 싶어 한다. 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누군가는 광활한 대자연을 보며 노매드 랜드를, 레버넌트를, 그리고 인투 더 와일드를 찍는다. 영화가 있어 새삼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