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 2019 / Darius marder / IMDb
★ 3.5

올해 아카데미 음향상 수상에서 이 영화가 호명되던 순간이 생생하다. 편집상까지 수상했는 지는 몰랐는데. 어쨌거나, 반가운 제목 덕분에 6/12의 무주산골영화제 야외상영표를 예매해 보고왔다.

수상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영화 자체는 아리송하다. 그래도 구지 따지자면 좋은 편에 속한다. 마음을 잡아당기지 못했지만, 영 이상한 영화는 아니었다.

Joe 역할을 맡은 Paul Raci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묘했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분명 선인데, 묘한 긴장감 덕분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악을 경계해야 했다. 그때문인지 그가 주장한 Kingdom of God, 이너피스가 더 깊게 뇌리에 박힌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좋은 연기였다.

The world does keep moving and it can be a damn cruel place, But for me those moments of stillness, that place, that’s the Kingdom of God. And that place will never abandon you. From where I’m sitting, you look and sound like an addict.

영화가 끝난 뒤 조지훈 프로그래머가 잠시 앞으로 나와, 오늘의 상영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며 “마지막 장면을 위해 긴 시간을 달려온 게 아닌가 싶다.“는 이 영화에 대한 짤막한 평을 부쳤다. 나 역시 120% 공감했다. 아마 그 이유때문에 이 영화에서 마음이 끌리지 못했구나 싶었다. 영화라는 매체에 있어, 그리고 삶에 있어 결론을 향해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언젠가는 눈이 멀고 귀가 멀 수도 있다 생각한다. 대학생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덕분에 하루하루, 보고 듣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과는 별개로, 언젠가 정말 현실이 된다면 그건 루빈처럼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일 것 같다. 행복했던 순간들은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옥문이 열린 것처럼.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 해서, 지금부터 절망할 필요는 없겠지. 내일의 나도 오늘의 나처럼 행복하고 감사하기만을 바라면서.

영화제 제공 영화 소개

헤비메탈그룹 블랙 하몬의 드러머 루벤과 보컬 루.A에 관한 이야기다. 루벤은 밴드 활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지만 루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자유롭게 사는 삶이 즐겁다. 그러던 어느 날 루벤은 갑작스럽게 청력을 잃는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청력의 20%를 잃었으며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밴드 활동도, 일상생활도 할 수 없게 된 루벤은 루와 상의한 끝에 청각장애인들의 공동체에서 생활하기로 한다. 하지만 루벤은 루와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어렵기만 하다. 영화는 시끄러운 사운드와 고요한 정적의 데시벨을 오고 가면서 소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카메라가 루벤에게 다가갈수록 세상은 조용해진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과 음악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