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비욘세

Maria&Beyonce / 2021 / Yechan SONG
★ 3.0

전주영화제에서 미처 보지 못한 단편을, 대전에 돌아와서 봤다.

단편일수록 어렵다. 시같다. 덕분에 좋은 것과 싫은 것의 구분이 좀 더 이분법적으로 명확해진다.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좋지 않은 편에 속할 것 같다. 단편영화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장편영화보다 더 극적인 킥이 필요한 것 같다. 단순한 문제 제기 또는 현황 보고만으로는 영화의 존재의 이유에 커다란 의문점이 남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지만 잘 드러내지 않던, 하지만 그것이 공개적으로 공유되었을 때 깔깔거리게 만드는, 그런 요소에 있어서 분명 이 영화의 컨트리뷰션이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컨트리뷰션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한다. 누군가들의 의미없는 일기장을 보는 것은 정말 지루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의미가 있는데, 왜 내가 찾지 못했냐 의문을 가질 수도. 분명 나에겐 좀 그런 해석으로 이어가기엔 개연성이 없는,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일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 영화를 왜 여성에 초점 맞춰야 하는지, 그건 좀 이기적인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좋은 영화를 보고싶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중학생 미래는 하굣길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아이돌을 꿈꾸게 되면서 지난 16년 인생을 돌이켜 보니, 하나같이 데뷔 후 자신의 발목을 잡을 과거들뿐이다. 무엇보다 전 남자 친구 재민과 그의 친구들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미래는 문제가 될 만한 과거를 하나씩 정리해 가며 행방이 묘연해진 재민을 찾아 나선다.

영화제 제공 Review

돌잡이에서 마이크를 손에 쥔 마리아/미래는 무럭무럭 자라 비욘세를 꿈꾸는 중학생이 된다. 연예 기획사로부터 오디션을 제안받고 나서 미래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코앞에 닥친 오디션보다 걱정스러운 건 지난 일이다. 이 상태로 데뷔했다가는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과거만 탈탈 털리다가 끝날지도 모른다. 미래는 곧장 목록을 작성하고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SNS에서 삭제할 사진을 고르고, 인성 논란에 휩싸일까 싶어 사이가 틀어진 친구에게 사과 편지도 쓴다. 무엇보다 그때 그 섹스를 없던 일로 만들어야 한다. ‘남자랑 잔 게 그토록 죽을 죄인가?’ 싶다가도 소문이 도는 순간 전부 끝장나리라는 확신이 든다. <마리아와 비욘세>는 여성 청소년이 맞닥뜨리는 두려움을 통해 불평등한 잣대를 꼬집는다. 남성에게는 위협은커녕 심지어 자랑거리로 여겨지는 섹스가 여성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 초점을 잃고 흔들리는 미래의 눈을 잊기 어렵다.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