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오더

New Order / 2020 / Michel Franco / IMDb
★ 3.9

영화가 시작한지 5분정도 지났을 때, 카메라의 움직임, 사운드 믹싱, 연기자들의 동선을 보며 이건 분명 잘만든 영화일 거라는 확신이 왔다. 아쉬운 면들이 있지만, 확실한건 누구나 이렇게 만들지는 못할 영화란 것이었다.

엎치락 뒤치락, 틈만 생기면 타자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오더 드리븐 인생들. 오더리스한 세상을 꿈꾸는건 너무 이상적인 꿈일까. 세상은 끊임없는 오더의 덮어쓰기로 영속되었고, 그 사실은 너무 삶을 지치게 만든다. 더 괜찮은 규율로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오더의 핵심만 남기는 abstraction의 세상을 꿈꾼다.

그나저나, 예산이 어떻게 되길래 이렇게 찍을 수 있었을까. 파티도, 거리의 군중도. 멕시코의 인건비가 저렴한가? 싶기도 하며.

오가는 길에서 시체처럼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왜 사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해야했다. 그냥 살아야 하니 사는 삶의 의미란. 부자유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돈이 필요할까. 현재 속한 이 세상이 세상의 전부인가. 벗어날 수 없는가. 같은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

계급과 인종의 연관성이 은연중에 드러난다는 영화에 대한 악평도 십분 이해가 간다.

수입에 이름을 올린 소지섭의 인생이 문득 부러워지기도 했다. 좋은 영화를 소비하고, 그 소비를 타인과 공유하는 삶이란!

영화제 제공 영화 소개

배경은 가상의 미래 멕시코. 길거리에는 빈민층의 폭력 시위가 거세고 상류층 마리안은 집안에서 성대한 결혼식 중이다. 축하와 환대가 넘치는 파티장과 달리 길거리엔 폭동과 약탈이 난무하다. 착한 마리안은 우연히 유모가 아픈 사실을 알고 그녀를 돕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안전과 불안전의 경계는 무너지고 사회는 혼돈 속에 빠져 든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인 멕시코 감독 미셸 프랑코의 신작이다. 매 영화마다 인간 감정의 극단을 집요하게 포착하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져온 감독은 이번 작품 역시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설정해 하층 계급의 비극적 투쟁과 새 질서를 외치며 타자를 파괴하는 인간의 분노와 공포를 가감없이 그리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제77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2020년 올해의 영화리스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