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Moving On / 2019 / Dan-bi Yoon / IMDb
★ 3.5

극찬을 받은 감정이 궁금했다. 몰입을 방해하는 리듬이 좀 아쉬웠지만, 분명 좋은 점들이 많았다. 두 남매가 2층에 모여 앉은 의도적인 배치에서 좀 웃음이 나기도.

오즈 야스지로를 좋아했다는 감독의 취향이 무엇인지 물씬 느껴짔다. 안방과 거실, 그리고 계단을 한 숏에 담는 카메라도 한몫을 했겠지만 주요한 건 주택의 구조 때문이 아니라, 인물의 움직임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 주로 정적으로 안방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의 의외의 순간의 움직임 같은 그런 느낌들. 인물의 생로병사, 그 마지막을 채우는 공기의 무게. 물론,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는 하라 세츠코라는 화룡점정이 있었기에 다른 결을 가져버리지만.

그러고보니, 창가에서 가득 쏟아지는 햇빛을 벽으로, 바닥으로 받아내는 감정은 에드워드양을 닮았구나. 닮았지만, 외양만 닮은 느낌은 왜였을까. 영화에 모든 숏이 귀한데, 그 점에 있어서 좀 아쉬웠던 것 같다. 숏을 귀히 여기는 자세는 계승하지 못한 것 같아서.

이 영화에서 공간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공간 없이 영화 자체만으로 설 수 있는 영화일까.

지나고 보면, 아 그랬었지, 작은 동요만을 남길 순간들. 그 순간들이 모여 빚는 누군가의 인생.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묵혀둔 필로를 꺼내, 남매의 여름밤이 쓰인 페이지를 펼쳐야겠다. 덕분에 김추자의 목소리로 신중현의 미련을 들으며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