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The Book of Fish / 2021 / Joon-Ik Lee
★ 3.8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투박하지만 말해야할 것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 포함해 말하는, 겉만 세련되지만 않았지 속은 무척 세련된 어떤 선배의 보고서나 프리젠테이션을 생각나게 한다.

배우들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 적재적소에 대단한 캐스팅이었다. 대단한 우정출연과 특별출연을 보여주는데, 나는 단연 조우진과 류승룡의 연기가 좋았다. 조우진이 우정출연이라니.

“약용과 약전 형제는 천주교를 학문으로 받아 들였고, 약전은 종교로 심취했음을 보여준다”는 서사를 짧은 시간에 이보다 더 잘 묘사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시대를 묵직하게 요약하는 서사의 힘. 아낌없이 나눠 찍은 엄청난 신의 전환들. 미술과 촬영, 현장 스탭들이 무척 고생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들게 찍은 장면들을 가감없이 잘게 쪼개어 일부만 사용한 그 대담함과 배짱에 좀 놀란 것 같다.

흑백으로 더 깊고 우아해진 미장센. 튀지 않고 잘 버무려진 음악. 칼질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사운드.

장국영을 닮았다 생각한 변요한을 4/1에 스크린에서 만난 게 좀 웃픈 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