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Minari / 2021 / Lee Isaac Chung / IMDb
★ 3.5

좋았던 것과 좋지 않았던 것이 극명했다. 좋은 것이 더 많았지만.

세상을 피해 서로를 구하려 한국을 떠나고,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이젠 정말 피할 곳 없이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부양해야하는 가족이 생긴 그 구구절절함이 아찔할만큼 생생했다. 결국 사람에게 기대는 것 말고는 빠져나갈 수 없는 구멍.

배우들의 연기가 불편했다. 음, 아니다. 배우들은 연기를 잘했는데, 배우들의 연기를 담아내는 카메라와 연출이 불편했다. 담담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때로는, 상황에 몰입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한국을 노린 영화가 아니기에 한국어 대사 전달력이 좀 약하다. 웅얼거리는 대사를 자막으로 봤다면 조금 더 좋았을까.

지연언니와 영화가 끝나고 얘기를 나눴던 것처럼, 서브플롯의 약한 연결성이 아쉬웠다. 언니 말대로, 더 잘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아쉬운 요리같은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풀밭에 홀로 주저 앉은 스티븐 연의 모습을 생각할 것 같다. 세상의 짐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고 도망치고 싶을 때, 그리고 그걸 나눌 이가 없을 때 분명 그 장면을 생각하며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