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분자

The Terrorizers / 1986 / Edward Yang / IMDb
★ 3.7

몇 편 본 것이 다지만, 그래도 지금껏 본 에드워드 양의 영화보다 더 과감한 빛과 촬영이었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 적색과 청색, 황색이 공존하는 인물의 얼굴. 도시를 비추는 카메라, 곧이어 비춰지는 개인의 공간.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에 왜 빠져들었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스토리를 녹이고 스토리에 녹아드는 장면의 구성과 색감, 분위기, 고정된 카메라가 무척 좋아서였던 것 같다. 비슷한 구성의 오즈 야스지로가 현대에 태어나 영화를 찍었어도 여전히 에드워드 양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

공포분자의 스토리는 더 얼기설기 엮여 있다. 세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까에 대한 추리보다 각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게 정말 신기한 포인트였다. 추리하며 영화를 보지 않아도 시간이 벅차다니!

상상 속에선 그러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죽이지 못하고, 홀로 쓸쓸한 인생을 마감하는 결말을 향해 갈 수밖에 없던 이의 결정이 좀 서글펐다. 그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타인으로 인한 (어쩌면 사실은 나로 인했던) 세상의 일들이 턱밑까지 쫓아올 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기에 끈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마주치게 되는 질문은 삶을 더 미궁 속으로 끌어내린다.

거진 35년이 흘러서야 한국에 개봉하게 된 공포분자를 극장에서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광음적고사와 해탄적일천의 개봉일도 머지않은 미래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