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Yesterday / 2019 / Danny Boyle / IMDb
★ 3.6

병찬이가 꼭 보라고 당부했던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비틀즈를, 오아시스를, 코카콜라를, 해리포터를, 담배를 거짓말처럼 모른다고 할 때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두 시간의 여정이었다. 음악영화의 탈을 쓴 선택에 대한 영화랄까.. 문득 정말 이런 일이 있고, 내가 알고있는 어떤 명곡이 그렇게 등장한 것 아냐? 하는 상상이 꼬리를 물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후반에 다다랐을 때 너른 풀밭 사이의 길을 달리는 장면이 정말 소름끼치게 좋았다. 요며칠 내가 목말라하던 풍경이 바로 그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장면 뒤로 이어진 만남도 좋았다. 어톤먼트를 볼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은데, 어톤먼트같은 ‘속죄’의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 그 미약한 힘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을까, 아님 막연한 그리움이었을까.

잭처럼 비틀즈를 기억하는 이들의 서브플롯도 좋았다. 계속 불안한 맥거핀을 만들어 찜찜하게 했지만,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보는 내내,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시기나 질투를 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 위대해 재현되고 다시 그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벅차오를 것 같았다. 비틀즈의 음악들이 세상에 등장했던 그 순간부터 세상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으로 변해버렸다. 비단 비틀즈뿐만 아니라, 가치의 전승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영화를 끊어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난 뒤에도 줄곧 비틀즈를 들었다. 작년 런던을 다녀왔을 떄 애비로드를 다녀와 정말 다행이었단 생각이 든다. 엄청난 여행 뽐뿌가 왔을 것 같은 느낌.

어렸을 적 처음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보고선 BGM 만 넣으면 완료되는 순간이 기억난다. 어떤 노래가 좋을 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 Hey Jude 를 걸었던 그 선택의 순간이 떠오른다. 겨우 10살, 11살정도였는데 그 나이에도 비틀즈의 음악에 감동했던 건지.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아쉬운 점이 많이 남지만, 즐거운 두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