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 3.3

스테디캠이 굉장히 오래 인물들을 뒤에서 따라간다. 단순히 서사용으로만 생각하려 했지만, 도저히 사용된 기술이 궁금해 좀처럼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스테디캠을 사용하는 동안 주인공의 발소리는 쿵쾅나면서, 어떻게 카메라맨을 비롯한 스탭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걸까. 레일을 깐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후처리로 없앤 것인지도 궁금하다.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사건을 배경으로한 작품이다. 테러의 범인뿐만 아니라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다른 학생과 교직원들의 시선을 단편으로 쪼개어 포개놓았다. 그래서 같은 순간이 다른 시선과 다른 장면으로 재구성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퍼즐이 맞춰지듯 한 순간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에서 잠시 빗겨서, 영화가 담은 사건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무척 잘했어’, ‘그럴만했어’,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다. 부당한 죽음과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있고, 부당하지 않았다 한들 폭력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하고 잘했다같은 일차원적인 무 자르기가 아닌, 사건을 통한 반면교사 삼아 교훈을 얻고 재발을 방지해야한다 생각한다. 그게 남은 이들에게 남겨진 유산이자 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리펀트라는 제목은, 코끼리의 어느 부분을 만지냐에 따라 코끼리를 다르게 인지한다는 맹인모상(장님 코끼리 만지기)에서 따왔다 한다. 의미를 알고나면, 영화에 딱맞는 탁월한 제목이란 생각이 들지만 보기 전까지는 굉장히 의아할 수 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길 정도로, 영화 자체는 수작이라 생각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짧은 러닝타임은 무척 내 스탈이었다.) 이상하게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정성일 평론가의 긴 인터뷰도 그냥저냥 읽게 되었다.
가장 재밌게 읽은 심영섭 평론가의 글을 첨부한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26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