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 3.3

여러 티저들에, 그리고 메가박스에서 선착순 예매자들에게 준다는 플립북에 혹해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

남산의 부장들을 보는 내내 그때 그사람들이 무척 다시 보고싶어졌는데, 그건 그 영화가 좋아서라기보다 잘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봤으니 고등학생 때였을 것인데, 그 땐 배우와 미장센에만 집중했지 얽혀있는 감정의 인터랙션에는 관심이 덜했었기에 분명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 개봉했던 한국 영화로는 공작, 멀게 개봉했던 영화들로는 타인의 삶,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같이 음침한 곳에서 타인에게 들키지 않으며 타인을 마음을 짐작해야하는 영화들이 여럿 떠올랐다. 분명 우민호 감독의 레퍼에 들어있었을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영화들을 따라가지 않았나 좀 아쉽기도.

편집과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데 좀 방해가 되는 느낌(?)이기도 했다. 더 좋게 할 수 있었음에도, 평이한 조명, 음악, 구도, 대사가 영화에 대한 흥미의 지속을 괴롭힌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은, 이미 죽었고, 사실의 일부들만 주어진 채 역사 속의 누군가를 평가해야 한 다는 것인데, 영화가 나에게 주체적인 평가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급하게 본인의 평가를 주입하며 끝내버린다는 사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민호 감독은 1987의 장준환 감독처럼 영리하진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