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의 질주

★ 4.1

모두가 울 것 같은 얼굴인데, 아무도 그 슬픔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삼켜버린다.

멋진 캐스팅과, 제 옷같은 연기. 인물의 시선과 인터랙션을 가득 담은 카메라, 그리고 마음을 녹여버리는 OST까지.

다른 무엇보다도 보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구성과 연출에 놀랐다. 갑자기 생일파티에 찾아온 로나때문에 서스펜스를 주다가도, 이내 세상에서 더할나위 없는 화목한 분위기로 끌어들인다. 애니와 아버지의 14년만의 재회 역시, 두 인물만을 번갈아 비추는 타이트한 카메라 앵글덕분에 서스펜스를 지워버린 채 두 인물의 감정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2019년은 에드워드 양의 영화로 삶이 풍부해졌는데, 2020년엔 시드니 루맷으로 채우게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픽시처럼보이는 가는 프레임의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던 금발, 동그란 안경, 쭉뻗은 청바지의 리버 피닉스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패션은 돌고돌기에 30년이 훌쩍넘은 세월이 촌스럽다기보다 되려 세련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첫째는 너무 외탁을 해버렸고, 둘째는 너무 친탁을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