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

★ 3.4

‘러브레터’ 담아냈던 추운 오타루의 겨울 없이도 이 영화가 홀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물론, 이미 너무 성공해버려 관객들의 뇌리 깊숙히 박혀버린 영화의 어깨에 올라탔다는 것이 나쁘단 것은 아니다. 그 영화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받쳐주는 영화도, 올라탄 영화도, 그 영화들을 곱씹게되는 관객까지도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윤희에게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고,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구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좋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교차하는 감정들이 좋았다. 비단 두 여성의 감정뿐만 아니라 그들을 감싼 다른 이들의 감정들의 여운도 좋았다. 많은 설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미소와 울음이 모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촬영당시 가제였다는 ‘만월’ 보다는 ‘윤희에게’ 가 더 영화에 잘 맞는 제목같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 자연스레 복기하게되는 두 시간이었다. 비단 사랑의 감정뿐만이 아닌, 서른 해가 조금 넘는 삶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인생의 희노애락같은 감정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