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 3.4

메가박스 시사회에 당첨되어 개봉일보다 조금 일찍 보게 되었다.

내가 남은 나의 인생을 모진 소용돌이에 몰아넣으며 저렇게, 몸은 힘들되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금융범죄를 이렇게 간단명료한 서사로 풀어내 쉽게 이해시키는 재능. 신파가 좀만 덜했다면 하는 아쉬움.

실화에 기반했다는 언급이 없었다면 세상에 이런 일도 있어? 하고 말았겠지만, 영화관을 나오며 무척 답답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주인공에 이입해, 나에게도 남은 인생을 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습적인 신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계속 마음이 쓰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지 못하는 길, 가기 어려운 길을 선택해 가주기 때문에.

초반에 김나리 변호사의 아버지가 서재에서 읽고 있던 Justice 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갭이 있는걸까, 아님 그들이 그 정의를 보며 세상을 비웃었던걸까. 그런 것들.

사회 고발의 성격을 띄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을 제작할 땐, 그들이 담으려 하는 것들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음 좋겠단 바람이 있다. 정지영 감독의 이 영화가 감독 스스로는 그 무게를 무거이 여겼어도, 실제로 나온 결과물이 무겁게 나왔는지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그나저나 기득권들의 논리가 놀라웠다. 흑과 백으로 나누지 않고 유도리있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극중에서 나눠진 횟집에서의 은유들을 곱씹었다. 자연산과 숙성어의 이치. 더 큰 이득을 위해 신호위반같은 작은 범죄들을 묻고 넘어갈 수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논리들이 큰 세계로의 확장될 때. 본인들이 부를 얻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결과적으론 국가가 이득이라는 것인데 글쎄. 국가가 이득을 얻으며 그들이 얻은 이득이 커미션 수준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들을 배불리며 국가가 커미션을 받은 느낌이기에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사실 제일 화가나면서도 뜨끔한 장면은 부장검사의 총장 청탁이었다. 모두에게 두 편 중 한 편에 서야만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그래도 사회의 다수는 착할 것이다 정의로울 것이다 믿고싶지만 실은 대다수가 (어쩌면 나도) 나를 위한 편에 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얻어 플러스가 되는 시스템은 없구나. 누군가가 얻었다면 그건 누군가는 잃었다는 것. 누가 잃고 누가 얻을 것인지 그 가치를 매기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영화관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무척 답답했다.

무척이나 시원한 엔딩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