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사이먼

★ 3.5

런던에서 돌아와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봤다. 추석 첫 날이라 길이 밀릴거라 생각했는데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 영화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버스에서 내려야했다.

플립보단 가볍고, 하이스쿨 뮤지컬보단 무겁다. 적당한 무게가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었다.

몇몇 장면은 참을 수 없이 손발이 움찔거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이먼의 감정에 잘 따라갔던 것 같다. 같이 울컥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면서.

내가 사이먼의 여동생이라면 인터넷의 글을 보고, 그 방에 올라가 어떤 말을 건넸을까 무척 상상했다. 아마도 진지한 위로를 건네지 못하고 쿼터백 출신의 꽃미남 사이먼 아빠의 재미없는 개그처럼 대했을 것 같단 결론이 났다. 아직도 진정한 공감의 길은 어렵구나 싶었다.

그게 누구건, 어떤 사람이건, 사람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우리가 가타부타 논할 자격과 이유가 있을까. 잘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다 생각했던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