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 3.8

밤에 보다 잠들고, 하루를 꼬박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에 놓친 부분부터 마저 보았다. 절반은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졸았던 것은 1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다시 본 것이 10분 밖에 되지 않는데, 처음 졸며 보던 때의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같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루머를 양산하던 타블로이드의 색안경을 나 역시도 (아닌 척 하면서도 사실은) 끼고 봤던 것인지.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싶었고 일과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는 중년이 되어버린 휘트니의 스틸 사진 속에선 여전히 발랄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중후하고 우아해졌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여전히 계속 소녀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슈퍼볼 오프닝 퍼포먼스로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The Star Spangled Banner 영상은 으으! 영화가 끝나고 다시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다른 가수들은 어땠나 찾아보기도 하고.

감각적인 편집, 촬영. 인터뷰이가 몸을 흔들어 초점을 벗어날 때 생기는 블러마저 좋았다. 정말 그녀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구나 싶을 정도로.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델마와 루이스, 쏜다 처럼 발산해버리는 영화들이 생각났다. 발산해버리는 인생의 실사판이 휘트니 휴스턴의 인생같아 보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