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 3.7

어떤 투두리스트를 지워야하나 고민하다 1시간 34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속았다. 10시쯤 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다보고 정신을 차리니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다.

나는 몇번이고 멈췄다 봐야했는데, 이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쭉 이어본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처음부터 너무 불편했다. 타이틀이 나오기 전부터 불편했다. 나는 그런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있었다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는지, 나는 기억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나는 그렇게 기억되고 있는지… 무척 지금의 내가 괴롭힘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놓고선 ‘우리들’ 이라는 타이틀을 띄우며 제목을 박아버리니, 아무래도 우리를 그러니까 나를 다수에 포함시켜 편갈라 놓은 것 마냥 느껴졌다.

아.. 생각의 흐름대로 적자면..

요즘엔 퐁퐁(aka 방방)을 실내에서 타는구나.. 찬바람도 맞고 쇠사슬 가장자리로도 걸어보고, 끝나고선 얼린 요구르트 뒤로 따먹는 맛으로 타는건데..

어른들의 눈엔 그 미세한 움직임들이 보이지 않는걸까? 생각해보면 나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지?

후반부의 윤이는 카이저 소제처럼 느껴졌다. 눈빛연기가 후… 성인이 어린애 탈쓰고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선택의 갈래의 순간들이 여러번 등장한다. 영화 속 모든 인물에 마음이 투영되어 누군가에게 양보를 부탁하기 미안했다.

후회를 남기고싶지 않다. 뭐 남길 수도 있겠지만, 더 깊은 후회로 남지 않게하기 위해 정말 더 늦어지기 전에 다 좁혀가고싶다. 사실, 말로만 좁히고 있어서 좀 문제다.ㅠㅠ

다같이 으쌰으쌰 잘지내는 영화로 끝나버렸다면, 장르가 슈퍼 히어로물로 바뀌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잘 지내는 순간 그 단순한 플러스로만 보이는 관계가, 배타되는 다른 이들에게이 가진 0이란 관계를 마이너스화 시켜버리는 역할을 해버린다는 씁쓸함에 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져버리게 했다. 사실 뭐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똑같이 살아갈 것 같긴하다.

아무래도.. 두 번 보긴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