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 3.9

그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metric 으로 평가했을 때는 분명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가족영화가 아닐까 싶다.

고레에다 감독은 본인 스스로 만들어낸 걸출한 작품들덕분에 어느순간부터 본인의 옛 영화와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어느 것도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하나 없었다. 모든 몸짓과 대화, 공기까지도 하나의 굵은 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덕분에 공상없이 흠뻑 들어가 영화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준익 감독의 물흐르듯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는 매끈한 구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원래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해보아, 그는 계속 발전하는구나.. 거장도 계속 느끼고 배우며 발전하는데 하물며 나는 휴.. 단말마의 한숨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툭툭 흘려 놓는 것, 감독이 우리를 믿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유대감을 주고받았다. 타인에게 믿고 맏긴다는 것. 아주 쉬운 저 한 마디가 일상이 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선과 악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후반부에는 다큐같은 인터뷰 형식을 차용한 덕분인지, 지난 번 읽었던 그의 두 에세이가 떠올랐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극’이 숨죽이고 누워있는 덕분에 ‘drama’ 가 날개를 달고 더 처절해진다.

쇼타를 심문하는 이를 맡은 배우가, 야기라 유야였다면 어땠을까 너무 과한 연출일까 또 다른 고리를 만드는 연출일까 그런 상상을 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