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 3.3

개봉 당시엔 보고싶은 맘이 없는데, 이상하게 요즘 무척 끌렸다. 별로일거라고 상상했기에 얼마나 별로인지 함 보자란 생각으로 본건지 그래도 괜찮은 구석이 있겠지란 생각으로 본 건지 모르겠다.

너무 기대가 낮았던 탓일까? 생각보단 훨씬 괜찮다. 여러가지 피쳐들 중 가장 높은 measurement 를 가져가는 것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겠지.

사실 초반부터 류준열이 이선생인게 티가 났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중국어라든가, 회장에게 장미를 두고가는 실루엣이라든가, 여러가지 플래그가 있었단 생각이 든다.

불편한 연기도 있었고, 자연스러운 연기도 있었다. 김주혁이나 진서연의 연기는 예고편으로 볼 땐 굉장히 불편했는데 영화 전반적으로는 잘 녹아들었단 생각이 든다.

열심히 연기한 조진웅과 박해준은 배우의 정성이 화면 밖까지 전달되어오는데 이따끔씩 나에게 ‘이건 영화야 현실이 아니지’ 라며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이 더럿 있었던 것 같고

류준열은 튀지도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고,

차승원의 연기는 굉장히 불편했다. 사실 그가 잘해서 불편했던건지, 그 반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글로벌 예고편을 봤는데 글로벌 예고편이 실제 영화보다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흥미롭다. 비트에 맞추는 자동 예고편 편집법은 이미 논문이 있으려나?

맨 처음 조진웅이 아주 볼보에 기름을 부으며 북유럽 어딘가를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할 때 이미 그때부터 많은 것을 까놓고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왜 노르웨이여야 했을까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한채 끝나버렸지만.

조진웅의 형사는 아무래도 이재한으로 끝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생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배우에게 얼마나 힘든 짐을 얹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언제 이해영 감독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