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황혼

★ 3.5

또 하나를 봐버렸다.

밝지 않은 모습의 하라세츠코는 인터넷의 누구나 입을 모아 말하듯 오즈야스지로 영화 속 그녀답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불안정한 밸런스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지만 결국은 또 발산해버리고 만다. 영화는 발산해버리면 끝이라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 괜히 분해진다.

어이 하고 불러도 영 신통치않은 류치슈의 수구레한 모습부터 그 누구하나 멀쩡한 이 없다. 완만한 불행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릴적 여름방학 일기를 끝내는 듯한 결말은 맘에 들지 않지만, 어쨌거나 생은 이어져가므로.

극 중 결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하라세츠코를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했다. 그녀는 이 영화 전후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류치슈의 둘째딸로 나오는 아리마 이네코는 정성일씨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속 여인이기도 하다. 부끄럽지만, 난 한동안 그 프로필 사진속 여인을 오드리 햅번이라고 오해한적이 있다. 작은 프로필 사진탓인지, 두 여인의 이목구비가 비슷해서였는지, 혹은 단순히 나의 무지때문이었는지.

정성일씨가 꼬리의 꼬리를 물어, 정영음까지 다시 찾아보게된 그런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