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3.5

보기 시작한게 미국이었는지, 일본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아! 츠키지에서인가?

여튼 영화 자체는 재밌었는데 아이패드에 넣어놓은터라 밀리고 밀리다가 토요일 오전에 일어나서야 마저 보게 되었다.

약속의 박신양이랑 전도연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편지의 박신양이랑 최진실도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려 놀랐다. 촌스러운 영화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예쁘장하게만 보였다. 정말 둘이 사랑하고 있던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갑작스런 병치레와 전개는 한국영화의 전형적인 골목길로 들어가는 수순이지만 그 골목의 여백을 메꿔가는 두 배우가 아름다워 나쁘진 않았다.

가볍게 볼 수도 있었는데 사랑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사랑했던 기억은 희미해져가 ‘내가 정말 그 때 그 사람을 좋아했단말야? 말도 안돼’ 털어놓지만 나의 열렬했던 마음의 흔적은 옷에 튄 기름 얼룩처럼 강렬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다.

인생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잡아두기란 휴. 그건 불가능한 일이란걸 난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