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목적

★ 5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까, 내가 연애의 목적에 대해 글을 쓰게될까 항상 의구심을 들었지만 이번엔 써야할 것 같다. 내가 글을 써서 내 인상을 남기게 되면 혹여나 그 글이 이 영화에 대한 내 인상의 전부가 되어버릴까봐 내가 글을 못쓰니 걱정이되어 글을 쓰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 좋은 느낌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얼른!

연애의 목적은 정말이지 과장을 조금더 보태 100번 정도 본 영화이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대전에서의 대학 생활 거제에서, 부다페스트에서, 그리고 지금 다시 대전에서 내 곁을 항상 지키며 힘들때나 기쁠때나 함께하는 영화이다.

고등학교 1학년.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땐 ‘우리 담임선생님들이 저렇단 말이야??’ 학생3 관점으로의 상상이 가득했다.

지금 내가 홍과 유림의 나이가 되어보니 내가, 혹은 내 옆의 친구들이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지만 홍과 유림은 그 나이에 멈춰 항상 나에게 힘과 위로를 주고 있다.

이 영화가 왜 좋냐 묻는다면 아, 그건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일단은 영화 자체에 흠이 없다. 어느 한 장면 아깝지 않고 개연성이 너무나도 뛰어나 혀를 내두를 정도랄까나. 거기에 연출과 미술, 음악, 연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제 슬기랑도 얘기했지만, 잘 만들어 좋아하는 영화와 계속 틀어보게 되는 영화는 확실히 다른 그룹이다. 두 영화가 겹치지 않는 다는 얘기는 아니고, 두 영화들이 꼭 함께 발생한다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물론 연애의 목적은 두 그룹에 모두 속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구조가 좋다. 어른인 척 하던 유림이 어른이지만 아이인 듯 보이는 홍을 만나 어른이 되는 느낌이다. 홍 역시 진짜 어른이 되고!

리듬감이 좋다. 이건 어제 GV 에서도 감독에게 물어봤더니, 하나의 카메라로 촬영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 한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컷과 컷을 잇는 리듬이 정말 인물 사이의 팽팽했다 늘어지는 줄 처럼 쫄깃하다.

러브어페어에서 타히티로의 도피 혹은 고립처럼 서울 시내지만 홍의 집으로의 완전한 고립의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신기하다. 온 세상에서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집중하게 하는 그 느낌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정말이지 부럽다.

어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연애의 목적 10주년 상영회에 다녀왔다. 박해일과 한재림감독, 박용수 촬영감독이 참석했다. 아마도 다시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긴 어렵겠지.

아직 궁금한게 많은데 많이 묻질 못했다. 너무 아쉽다. 슬기 말대로, 정말 내가 유명해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