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구

★ 3.4

53년동안 시그널만을 기다린 세마포어의 데드락에 섬칫하면서도, 그토록 가여울 수가 없었다.

영화 라스트 씬과 친니친니, 풍월이 떠오르지만 그 영화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사랑이 가지고 있는 메세지와 힘이 너무 커서 쉽사리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영화다.

특히나 아편을 피고 모퉁이에 쭈그려 눕는 늙은 진십이를 보면서, 아, 우리가 무엇을 바라고서 화양연화를 등지고 이리도 힘들게 살아가나 하는 염세적인 생각도 스쳐지나갔다.

이 영화에서 좋은 것을 꼽아야 한다면 영화 속 인물들의 연기를 꼽고싶다. 오히려 장국영 전문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가 얕은 인물이라 그런걸까 매염방과 현대의 커플이 단연 돋보인다.

아들을 돌보는 듯한 매염방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영화가 끝난 지금도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