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 3.5

되게 서투른데 자꾸 눈길이 가는, 챙기고만 싶은 영화다. 내가 본 박희순의 연기들 중 제일 박희순에게 맞는 옷 같아 보였다. 강혜정이 연기를 너무 잘했어! 라고 할 순 없지만 반대로 강혜정 말고 다른 여배우가 이 역할을 했다면 이만큼 연기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결국 본질은 같지만 발현이 달랐던 유전자들이 서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위로가 되고 더 나아가 서로를 치유해주는 자정작용에 대한 얘기라 생각하고 싶다.

다 보고나면 뭐 그랬다치자 하겠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 제목이 좀만 더 좋았어도. 하는 생각이 든다.

여튼,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중간중간 피식거리며 내 스스로도 치유받은 느낌이 조금은 든다.

덧.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 미술감독들이 더 이쁘게이쁘게 아기자기아기자기하게 하려다가 영화의 몰입을 망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이 영화에선 적정 수준을 맞춘 것 같아 꽤 흡족하다. 영화를 넘어서지도 않고, 그렇다해서 영화에 뒤쳐지지도 않는 아주 영화에 딱 맞는 옷의 미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