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길 (2013)

★ 3.4

너무 속상하다. 타국에서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말도 안통하는 외국인 수감뿐이었다는 것도 속상하고 당시 이 이슈를 보고도 무심코 넘겼던 내 스스로가 미워서 더 속상하다.

세상이 나의 조그만 노력과 힘으로 바뀔 수 있을까 무던히 고민한다.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 아마도 또 바뀌지 않을 것이다.

초반에 조용히 사라진 이도경씨의 말을 곱씹어야한다. 되든 안되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계속 하다보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물고 늘어지는 한, 희망은 보태지고 보태져 이를 가엾이 여긴 하늘이 언젠가는 이뤄주고, 하늘이 이뤄주지 않으면 인간들의 힘으로 이루지 않겠는가.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도 떠오른다. 나는 이 순간, 피해야 하나 맞닥드려야 하나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와버렸다.

덧. 부다페스트에 살면서 헝가리 대사관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파리에 놀러갔을 땐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갔었다. 가져간 현금과 카드를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대사관 1층에 아주 조그만 문으로 들어가면 조그만 방 하나에서 여러가지 민원 업무를 하고계시다. 송금을 받고 대사관 문을 열고 나올 때의 심정이 생생하다. 다른 별 생각 없었고 딱 하나 든 생각이 있었다. 아. 배고프다. 한식당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