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 3.5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나서 동경하게 된 것이 있었다. 저녁무렵 수업이 끝나면, 자전거를 끌고 학교 밖으로 나와 정갈한 돈가스도시락에 거품가득한 맥주잔을 곁들이는 것이었다.

어려운 학문도, 연구도, 과제도 아니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돈가스와 차가운 맥주가 비로소 내가 대학생이 되었음을 느끼게 했다. (푸하하 이거 써놓고보니 허세글이군)

여튼, 영화는 엉망이다. 좀더 우아하고 성숙하게 생각했던 나오코는 너무나도 귀엽기만한 배우였으며, 좀더 서늘하고 무뚝뚝하리라 생각했던 와타나베는 인간미넘치는 우유부단했다.

그나저나, 모든 배경이 일본이려나? 광활한 자연앞에 넋을 놓았다.

의상이며, 미술이며 최고였지만 압축된 스토리와, 어설픈 편집으로 인해 빛을 바랬다.

생은 반복되고, 이 순간은 박제할 수 없다. 책임져야할 게 타인뿐만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