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 3.2

영화관에서 가장 늦은 시각에 나왔던건 천년학 때였던 것 같다. 시작 자체가 1시가 넘었을 때 였던 것 같은데

여튼 영화를 보고 밤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돌아오면서 누구나 그랬겠듯이 전람회 1집을 들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과한 것은 좋지 않은 것이기에 잘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에관한 나의생각” 을 승민에게 붙여주고 싶다.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사람은 김동률이라 했는데, 실로 그런 것 같다. 그 옛날 유동적도, 전람회의 꿈속에서를 모토로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려 아쉽다. 그래도 김동률과 전람회를 좋아했던 일은 굉장히 뿌듯한 일로 남아있다.

배경지식이 없이 봐도, 지도를 보면 신촌 쯤 되겠구나 알게되고 또 건축학 얘기를 하면서 전람회를 꺼내는건 영락없이 감독이 나 연대 건축과 나온 사람이야 말하고싶어 안달난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돌아와서 검색해봤는데 진짜로 연대 건축과를 나왔기에 식겁했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처음 이 영화가 크랭크인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소소한 안주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가령 제목을 가지고 놀리며, 우리가 배우는 이런 저런 과목들의 이름으로 영화를 뚝딱 지어내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향수를 자극하고, 소소한 멋을 풍기고 있지만 이것조차 기억 한 켠에서 소소하게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분명 중간중간 놀랐던 부분들은 있었다. 건축학개론 종강 날 서연의 강남 집에서 몰래 기다리던 승민이 실연 아닌 실연을 당하고 택시아저씨에게 시비를 걸다 매몰차게 맞던 순간 지미짚이 올라가며 골목을 비춰주는데 그 골목에도 어김없이 순대국집이 있다. 강북과 강남을 논하고 있지만 모두 다 먹고사는 동네는 똑같을 뿐인데.

그나저나 스크린에서 조정석을 보게 되다니. 좋아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맛깔나게 춤추던 조정석이 그립다.

그나저나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정릉근처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한데, 영화 속에서 보니 너무나도 낯설어서리… 여튼 내게 멋진 내부순환 고가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캠퍼스인 국민대를 다녀주고 있는 건축과 짜요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내일 꼭 같이 콩나물국밥 먹으러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