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

★ 4.2

장장 몇개월에 걸쳐 본 영화인지. 솔직히 말해 처음 느낌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고나 할까? 아냐, 지루하진 않았어 단지 이해가 안된것이었을꺼야, 라고도 생각해 본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영화가 너무나도, 너무나도 멋지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너무 멋지군!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는데, 속죄라는 뜻의 제목과, 마지막 노년의 브로니의 인터뷰를 들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40년 6월 1일에 로비가 죽고, 40년 10월 15일에 세실리아가 죽은 것을 들은 후 다시 영화를 처음부터 보니, 조금씩 혼돈되기 시작했다.

어느 부분이 브로니의 소설 속 이야기이고 어느 부분이 진짜 현실의 모습이었을까.

결국 나중에는 그 구분 자체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속으로 내린 결론은 모든 것이 브로니의 소설 내부일거라 생각했다. (혹은 브로니가 소설을 쓰기 위해 생각했던 부분일 수도, 정말 현실일 수도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수 있어……our story can resume 이런 말이 약간씩 바뀌면서 반복될 때 받은 느낌은, 뭐랄까, 브로니의 타자기가 저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는 느낌이랄까나.

구성이 참 독특하다. 한가지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시간차 장면이 많이 나온다. 분수에 꽃병 조각을 떨어트리는 것이라든지, 초반의 여러가지 일도 그렇고.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로비가 중후반부까지는 계속 나오다가, 그 뒤에 계속 안나와서 잊었는데 브로니가 인터뷰에서 로비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아까 나온 로비의 장면에서 바로 로비가 죽었단 사실을 이렇게 긴 시간 후에 말하는 구나 하는 뭐랄까 탄식과 감탄이 동시에.

의상, 음악, 배우, 대사 모두 좋았다. 정말 최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타자기를 이용한 음악이 나오다가(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마지막에 나오는 클래식 현악 선율은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느끼게한다!

속죄. 셋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지만, 셋 모두 공평하게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로비와 세실리아가 전쟁이 끝나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다면 브로니만 불행을 떠안게 되는 것이니, 불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브로니는, 브로니대로 평생을 속죄하며 고민하고 후회하며 살았을테다.

나비효과 못지 않은 것 같다, 인생이란 것이! 한 순간의 사건으로, 세 사람의 평생이 달라진 것이니.

아. 어톤먼트. 이번 방학에 볼, 그리고 봤던 영화중 최고가 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