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 #15

자유시간인 줄 알았지만, 갑작스런 투어가 생긴 하루였다. 모두들 투덜대며 갔지만, 실제로 다녀오고 나선 굉장히 만족했던 여정. ‘아니 왜 자유시간이 이렇게 없나 몰라’ 투덜대던 스스로를 좀 반성하던 하루였다. 비단 이 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타인의 헌신을 내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보고 있던 건 아니었나 좀 부끄러움이 들었다.




어제 까르푸서 사온 밀로를 아침에 마셨다. 엄청난 달콤함에 그만 멈추고 싶을 정도로…



오늘은 스낵과 점심을 동시에 받았다. 볼에 든 것은 점심, 박스는 스낵이라 했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트래픽잼이 심각했다.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하는건 잠을 제대로 자지못해 좀 힘든 면이 있지만, 이렇게 또 아침 반둥을 보는 재미가 있어 마구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버스에서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착한 곳. Kawah Putih 라는 이름의 분화구이다. 트래킹이 있다길래 정상까지 걸어갈 줄 알았는데, 저 앙콧같이 생긴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했다.



그 전에 강 바라마가 이 곳의 역사나 관련 이야기를 들려줬다. 강 바라마는 ITB 직원인데, ITB 출신으로 본인도 학생 때 AOTULE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한다. 학생 때 가이드 알바를 많이 해 이것저것 잘 안다고.



버스에 12명씩 탑승했다.





꽤 가파른 길을 빠르게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다만 강렬한 유황 냄새에 다들 마스크를 써야했지만ㅎㅎ



난생 처음 보게되는 광경. 덕분에 신발이 좀 엉망진창이 되었다.



두 시간정도 머문 것 같은데 그 시간이 짧다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사진을 실컷 찍었다. 인도네시아 여성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아르산니와 함께.



그리고 다같이.



크레이터 형태의 호수로 산에 둘러쌓여있다보니 그 경치가 더 기괴했던 것 같다.



생각도 못했던 전경이라 더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남아 스카이워크를 걷기로했다. 그냥 다같이 우르르 달려갔는데, 천원의 입장료가 있었다.



스카이워크 중간중간엔 쉼터가 있어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기도 했다.



마지막 고지가 눈앞에! 초등학생처럼 신나는 마음에 다들 우다다 뛰어갔다.



이상하리만치 이 때 어떤 한 지점을 향해 함께 뛰어가던 공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국적이나 성별, 나이를 넘어 정말 함께한다는 느낌. 게다가 복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다들 한 마음으로 우당탕거렸는데, 그래서 더 그랬던 걸지도.



도착해서 바라보는 전경도 무척 좋았다.



다시 출발점으로 내려가는 버스도 무척 좋았다. 울창한 수풀사이를 달릴때 들이마셨다 내쉬는 숨이 좋았다.



근처에 딸기밭이 있다한다. 바구니를 들고다니며 딸기나 블랙베리를 판매하시는 분들이 무척 많았다. 사먹은 애들이 있어 한 두개 얻어 먹었는데, 한국과 똑같은 맛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차밭이라 했다.



괜찮은 티가 있음 사와야겠다 싶었는데, 그런 차밭이 아니었다. 정말 밭만 있었다ㅎㅎ



대신 근처에 있는 호수에 커다란 선박 모양의 레스토랑이 있어 그 위에 올랐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란차발리라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한다.



자유시간이 꽤 길어 뭐하지 우왕좌왕하다 결국 배를 타보기로.



수동과 자동을 고를 수 있었는데, 수동을 선택해버렸다.



앞뒤로 패들을 저었는데 나무에 박아버린다거나, 모래에 박힌다거나, 무척 흔들리는 상황이 잦아 다들 조금은 패닉이 오기도 했다.



다들 약간 벙쪄버렸다. 게다가 집합시간이 한참 지나버려서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벌써 저녁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도시락을 시켜놓았다 하셔서 기다리다 불닭볶음면을 하나 뚝딱했다. 이 곳 친구들은 불닭볶음면을 ‘삼양’ 이라 부른다. 어느 마트에 가든 모든 종류의 불닭볶음면이 구비되어 있다. 삼발의 나라 답다.



그리고 도착한 저녁 도시락. 무척 오랜만에 먹는 새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