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 #10

벌레도 많고, 방도 좁아 잠을 제대로 못 잘 줄 알았는데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이렇게 적응해 가는걸까… 좀 놀라기도. 어젯밤에 흥취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아침을 보내고, 멋진 뷰에 감탄한 흥분의 점심, 그리고 돌아오는 길 지쳐버려 다시 평온해졌던 저녁이었다. 너무 지쳐 사진도 정리하지 못한 채 씻고선 바로 잠들어버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려 했지만, 바다가 아니라 산 방향에서 해가 뜬다는 얘기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공용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길, 다들 멍하니 평상에 앉아있는 게 재밌어 한 컷.



어제 뛰놀던 바다는 평온하다. 우리밖에 관광객이 없는걸까 싶을 정도로 너무 평온하다못해 정적으로 보이던 풍경.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도착한 곳은 Puncak Darma. Puncak 은 Peak 란 뜻이라 한다.



뻥뚫린 뷰가 좋았다. 길게 늘어진 파도를 보는 것도 좋았다.



곳곳마다 멋진 사진 포인트들도 있었다.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게 그래도 불안한건지, 곳곳에 맥시멈 입장 카운트가 있긴 했지만ㅎㅎ



너무 멋진 뷰에 mp3 를 꽂고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던 것 같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와봤을텐데. 다시 한 번 organizer 들에게 감사해지기까지.



그리고 다들 사진을 엄청 찍었다.



찍어주고 찍히고. 라흐마니와 함께.



뷰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매점에서 코코넛을 사먹는 친구들이 있었다. 코코넛을 좋아하지 않지만, 혹시 내가 맛없는 코코넛을 먹어서 그랬던건 아닐까 생각해 한 입 얻어먹었는데 여전히…



아직도 이 곳 믹스커피 판매 방식은 좀 어색하다.



독립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어 차에 국기가 달려있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또다른 피크, Puncak Gebang.



때마침 mp3에서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가 흘러 나왔는데 정말 기가막힌 선곡이었다.



근데 다들 지쳐버렸는지 그늘에 앉아버린다.



어떻게 이렇게 황홀한 뷰를 앞에두고…






이젠 그냥 웃어 넘겨버릴 수 없게 된 표지판.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남해관세음보살 이라는 사찰.



불교라는 베트남 친구가 이것저것 잘 설명해줬다. 맨 앞에 있는 것은 손오공, 그 뒤는 삼장법사, 그리고 맨 뒤에 있는 것은 관세음보살.



ITB의 마스코트가 그냥 코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 Ghanesa 라 한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절이었음에도 무척 가파른 경사에 몇몇은 더이상 오르지 않고 중턱에 머물렀다. 아직 힘이 좀 남는 우리는 좀 더 올라가보기로.



계단을 좀 올라 드디어 꼭대기에 올랐다. 코끼리 상이 이국적이다.



부다는 4면에 모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각 뜻하는게 달라 건강, 사랑, 부, 안전을 의미한다 했다.



절에서 일하는 꼬마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난 주에 배운 인도네시아어로 이름이 뭐니 물어봤다.



그림 속 여인이 바로 그 인도양의 여신이라 한다. ciletuh 에 방문할 때 절대 초록색 옷을 입지 말라 당부받았는데, 바로 이 여신이 초록색 옷을 입은 이들을 모두 바다로 데려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의 어느 호텔에는 이 여신을 위해 항상 비워두는 객실도 있다 했다.



드디어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다시 버스로 내려갔다.



근처 공터에 차를 세우고 점심 도시락을 받았다. 생선구이와 치킨 중 선택해야 했다. 반쯤 먹고 튀어나온 무엇에 놀라 뚜껑을 닫았다.



돌아오는 길 들린 휴게소 화장실 겸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 무솔라에서. 개방된 무솔라는 처음이라 다들 어떻게 기도드리는 지 구경할 수 있었다. 좀 힘든 여정이었지만, 인도네시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