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 #9

유네스코 세계 지질 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Ciletuh(칠레투흐)에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한 번도 방문해본 적 없는 곳이라 했다. 거리는 자카르타-반둥 구간과 비슷하지만 2차선 국도라 왕복 14시간을 버스에 갇혀있어야 했다. 처음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신났는데, 갈수록 지쳤지만, 돌아오는 길엔 바깥 구경이 재밌어 견딜만 했다. ciletuh 에 도착해서는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자연스레 세상과 단절되었다. 덕분에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며 온 신경을 나와 자연에만 쏟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해가 뜨기 전에 반둥을 출발했다. 덕분에 멋진 일출을 구경하며.



초반에 시작된 2차선 국도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될 줄 몰랐다. 덕분에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며.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에 떠있는 무척 많은 배들이 뭘까 무척 궁금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배가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다위에 고정시켜놓은 어망이었다.



화산지형인지라 모든 길이 이렇게 구불구불 가파랐다. 덕분에 버스가 무척 애를 먹으며 올라갔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숙소였다. Cottage 라더니 정말 찰떡같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문 앞의 뷰. 바다와, 절벽과, 너른 화산 지형이 한 눈에 들어왔다.



체크인을 하고서. 7번방에서 자게된 5명.



오션뷰에 감탄하며 짐을 풀었다.



호텔(이라 불러도 될까..)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1일 1치킨.



다시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Curug Cimarinjung. Curug 은 폭포란 뜻인데, ciletuh 지역엔 화산 지형으로 생긴 폭포가 무척 많다 했다.



절벽으로 둘러쌓인 공간에 떨어지는 폭포가, 왠지 모르게 붉은 돼지 속 포로코의 아지트처럼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본 것은 양과 소. 모두 주인이 있는 가축인데 매어놓거나 가둬놓지 않는다 했다. 대신 마킹을 해두어 주인을 알 수 있다던데, ‘저녁엔 다들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나요?’ 란 질문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두 번째 폭포. 소동 폭포다.



이 곳은 두 개의 쌍둥이 폭포가 내려오는 것이 관광 포인트라했다. 아까 처음 방문했던 폭포에선 발만 담갔지만, 여기선 몇몇이 첨벙첨벙 뛰어들어 수영을 하며 놀았다. 나도 뒷일은 생각치 않고 그대로 뛰어들어 재밌게 놀았다. 왠지 인도네시아의 폭포수 아래서의 수영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어, 단순히 당장의 곤란함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옷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박물관이다.



홀이 하나뿐인 굉장히 작은 장소였는데, ciletuh 의 화산 지형에서 나온 모든 종류의 광석을 다 전시해놓았다 했다.



게다가 한글 설명(!!)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듣기로는, 유네스코 지정 평가 시 한국인 교수님 한 분이 평가위원으로 있었다한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제올라이트라든가,



방해석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아니 왜 1박 2일씩이나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나 몰라…’ 투덜대던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Panenjoan Hill 에서 ciltuh 전경을 구경했다.



U자형으로 절벽이 놓여있고, 그 사이로 너른 벌판이 있다. 이렇게 광활하게 용암이 흘러간걸까, 새삼 광활한 자연에 좀 놀라기도.



내려가는 길. 들판에 널부러진 소들. 어디서 잠들고,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처음 출발할 땐 왜 대형버스가 아니라 미니 버스 3대로 이동하게된걸까 궁금했는데, 돌아다니다보니 가파른 지형때문이었단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석양이 지기 전 해변가에 도착했다.



다들 무척 신나게 어린 아이처럼 뛰놀았다.






해가 넘어가고, 이제 호텔로 돌아간다.



오늘 저녁은 시푸드 바베큐라 한다.



여러 종류의 생선과 오징어 구이.



그리고 모닝글로리도 함께. 다들 너무 잘먹어 음식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삼각대를 챙겨가 별 사진을 찍었다. 결국 남십자성도 봤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다. 노출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다.





축소한 이미지에선 흐릿하지만, 중앙 아래쪽에 희마히게 보이는 네 개의 별이 Crux 남십자성이다. 김전일이었던가, 코난이었던가, 남십자성으로 범인을 찾았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전날 bitter soda club 친구들과 함께 챙겨간 맥주를 잘 팔았다.



생각과 다르게 다들 건전하게 게임을 하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하며 놀아 호응은 덜했지만 하나도 남김 없이 알차게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