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모서리

올해 봄은 유난히 길었다. 꽃은 일찍 졌고, 날씨는 금방 더워졌지만 아직 겨울옷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논문 제출도, 학회 발표도, 여러 차례의 여행, 그리고 조교일과 원총 업무들. 긴 봄을 보내고나니 왠지 ‘내일부터는 완전 여름이야~!’ 외치고 싶어지는 밤이다.

감정과 지성이 이렇게 큰 낙차로 요동치던 적이 언제였을까. 겉으로 보기엔 그 어느때보다 차분하고 고요한데, 되돌이켜보면 지난 두 달은 요동치는 스스로를 길들이는 시기였다. 그래도 고요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시간들이 즐거워 좀 견딜만 했다.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방향을 정하고 싶어 안절부절 못했던 시기를 끝내고, 일단은 닥치는대로 깨버리고선 그 때가서 방향을 정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덕분에 좀 살 것 같기도하고, 마음도 편안하다. 다 마음가짐의 문제였구나.

지금쓰는 바디샤워는 3월 중순쯤 새로 딴 것인데, 이 바디샤워를 다 쓰게 될 즈음의 나는 어떤 내가 되어있을까 생각했었다. 또 그 바디샤워를 쓰는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좀 걱정이 되기도 했고. 어쨌거나 3개월즘 갈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반절정도 남았다. (좀 덜 열심히했나…) 오늘 아침엔 유난히 더 스스로 대견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바디샤워를 좀 힘껏 누르기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간다. 더 많이 배우고 느끼도록,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잠을 자러 누웠을 때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좋다. 온통 행복뿐이네. 이래도 괜찮은건지 좀 불안하지만.

아직 목요일이다. 남은 4일, 또 열심히 살아봐야지. 모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