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오랜만에 꾼 꿈이 악몽이었다. 덕분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깼다 잤다를 반복해야했다.

봄이 왔다. 학교에도 꽃이 예쁘게 폈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주말엔 꼭 꽃구경도 하고 책도 읽어야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하루.

차가 생긴 뒤에 방치해두었던 자전거를 닦고, 바람도 채워넣고, 대충이지만 얼라이닝도 다시. 죽동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다른 죽동까지 죽 달리다 왔다. 벚꽃과 개나리가 아름답게 폈다. 이것저것 생각도 해보고, 괜찮은 자리가 있음 앉아서 책도 읽으려고 했는데 풍경을 즐기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할 지 몰라 바이브에 맡겼는데, 흘러나온 곡은 적재의 The door. 황홀했던 순간이 떠올라 내일 출근할 때까지도 계속 듣고 있을 것 같은 예감.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왔다.

잠깐 구현을 멈춘 코드를 마저 채워넣고, 읽던 책을 마저 읽고. 평온한 일요일이 마무리되어간다. 4월의 일상 중 가장 엔트로피가 낮은 하루. 내가 얼마나 정적인 것을 동경하는 사람인가 새삼스럽게 깨닫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