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에서

오래전 써놓고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dotcha 논문을 다듬어 냈다.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부분과 챙피한 부분들이 얼기설기 엉켜있었다. 아마 재정비를 해 저널에 내야겠다 생각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 방치해 두었었나보다. 다시 손 댈 엄두가 나지 않아 양식만 맞추어 고쳤다. 분야가 맞는건 아니라 될 지 안 될 지 모르겠지만, 되면 땡큐란 생각으로.

며칠전부터 CD 3장 총 69곡이 들어있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영화음악 피아노 OST’ 란 앨범을 듣고있다. 다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다. 며칠전 행사에서 들었던 bgm 들이 이 앨범이길래 무심코 들었는데, 좋아하는 OST 들이 너무 가득해서 그만.. 잊고지내던 영화의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영화를 보던 시절의 추억들도 덩달아 생각나 좋기도, 싫기도.

어제는 결국 댄인러브를 다시 봤다. 생각치 못했던 해석에 놀라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하고, 다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이 영화를 처음 보던 시기의 내가 어떤 생각이었던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숨 쉴 구멍이 필요할 때 찾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극성스러움에서 ‘휴 드디어 숨 쉴 틈을 찾았다’ 고 생각했던 건지 문득 의문이 든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더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

깊게 잤지만, 몇 번을 깨었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계속 동일한 꿈을 반복해 꾸었다. 막판에 가선 소스코드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여튼, 시간이 너무 지난 후라 두 건물을 연결하는 리프트같은 최첨단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카드키가 없어 16층 복도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데 구세주를 만났다. 잘 지냈냐 안부를 묻기도 전에, 이 건물에 있을 누군가가 생각나 잘 지내라는 한 마디를 건네고선 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결국 지하에서 마주쳐버렸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몇 번을 반복해 내려갔다보니, 꿈에서 깨고나서도 또렷했다. 그래서 무슨 꿈인지 입밖으로 정리해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꾸던 비슷한 류의 꿈의 변주인데, 최첨단 엘레베이터를 탔다는게 조금 다르다면 달랐을까?

글을 쓰는 동안 벌써 ‘편안한 휴식을 위한 영화음악 피아노 OST’ 5곡이 슥~ 흘러갔다. 공들여 쓰는 글도 아닌데, 로그에 생각을 남기는 게 더뎌졌다. 좋은 것 같다. 분더리스트 스택 3개만 해치우고, 독서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