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꾹 모아놨다가 밤에 한꺼번에 모아쓰고 싶지만, 왠지 다 까먹을 것만 같다. 아침부터 즐거웠던 몇 가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오늘의 운세를 받아봤던 것 같다. 멈춘지 꽤 되었는데, 얼마전부터 다시 아침마다 받아보고 있다. 덕분에 아침에 눈을 뜨면 운세부터 보게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세가 하루씩 밀리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령 오늘의 운세랍시고 받은 내용이 어제를 묘사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덕분에 운세를 잘 믿지 않았는데, 시차를 극복한건지 또 며칠전부터는 다시 싱크가 맞아가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뱀띠가, 89년생이, 천칭자리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 모두가 같은 하루를 살 수는 없기에 그냥 재미로 넘겨야겠지만, 마음 한켠에 운세요정이 ‘그렇게 살면 안돼’ 라든가 ‘오늘은 원래 그렇게 되기로 한 날임ㅋ’ 같은 말들을 던져주는 것 같아 마음은 편해진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왔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믿고 미루지 않아 다행이다.

매번 pt가 끝나면 선생님이 오늘은 사이클 얼만큼 타고가세요~ 말씀해주셨는데 처음으로 러닝머신을 뛰라 하셨다. 오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러닝머신에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충동을 느낀 날이었다. 뛰는게 재밌다는게 이런걸까? 잘 못뛰지만 재밌네요 하하하

엄청 유치할 줄 알았는데.. 역시 안판석 감독인걸까.. 어젯밤 밀회를 2화까지봤다. 오늘 출근해서는 어제 본 드라마 속 피아노 선율이 좋아 계속 밀회 OST를 들었다. 근데 좀 스포당하는 느낌이라,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얼른 봐버려야 하는걸까 고민이 된다. 길게 보고싶은데.

주말에라도 서울에 올라가 천당의 밤과 안개를 보고 내려올까 고민했지만 카페 느와르에 너무 데었던 터라 조금 사그러 들었다. 이게 다 이번 씨네21에 실린 멋진 인터뷰때문이다.

송경원 기자의 정성일 평론가에 대한 평으로 시작하는 인터뷰인데, 그 시작부터 좋았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해왔었기에.

왜 영화를 찍냐는 질문에, 영화를 배우기 위해 찍는다는 대답. 무릎을 탁~! 쳐버렸다.

이상하게도 pt 의 마지막 세트를 가장 완벽하게 끝내는 습관(?)이 있다. 몸을 덜 풀어서 마지막에 가서야 잘 되는건지, 아님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씨네21을 다 읽고 연구실로 돌아오며 씨네21 구성이랑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르륵 기사가 실리고 광고가 실리고 그리고 맨 마지막장에 칼럼이 한 편 실리는데, 그 칼럼에 항상 씨네21의 방점이 찍혀있다는 생각이 들게하기 때문이다.

어제 공연에 갔다가 만난 이, 오늘 운동을 갔다오다 만난 이. 나는 어떤 마무리를 지으며 살고 있나 성찰하게 만든 어제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