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꾹 모아놨다가 밤에 한꺼번에 모아쓰고 싶지만, 왠지 다 까먹을 것만 같다. 아침부터 즐거웠던 몇 가지.

1.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오늘의 운세를 받아봤던 것 같다. 멈춘지 꽤 되었는데, 얼마전부터 다시 아침마다 받아보고 있다. 덕분에 아침에 눈을 뜨면 운세부터 보게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운세가 하루씩 밀리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령 오늘의 운세랍시고 받은 내용이 어제를 묘사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덕분에 운세를 잘 믿지 않았는데, 시차를 극복한건지 또 며칠전부터는 다시 싱크가 맞아가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뱀띠가, 89년생이, 천칭자리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 모두가 같은 하루를 살 수는 없기에 그냥 재미로 넘겨야겠지만, 마음 한켠에 운세요정이 ‘그렇게 살면 안돼’ 라든가 ‘오늘은 원래 그렇게 되기로 한 날임ㅋ’ 같은 말들을 던져주는 것 같아 마음은 편해진다.

2. 아침에 운동을 하고 왔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믿고 미루지 않아 다행이다.

매번 pt가 끝나면 선생님이 오늘은 사이클 얼만큼 타고가세요~ 말씀해주셨는데 처음으로 러닝머신을 뛰라 하셨다. 오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러닝머신에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충동을 느낀 날이었다. 뛰는게 재밌다는게 이런걸까? 잘 못뛰지만 재밌네요 하하하

3. 엄청 유치할 줄 알았는데.. 역시 안판석 감독인걸까.. 어젯밤 밀회를 2화까지봤다. 오늘 출근해서는 어제 본 드라마 속 피아노 선율이 좋아 계속 밀회 OST를 들었다. 근데 좀 스포당하는 느낌이라,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얼른 봐버려야 하는걸까 고민이 된다. 길게 보고싶은데.

4. 주말에라도 서울에 올라가 천당의 밤과 안개를 보고 내려올까 고민했지만 카페 느와르에 너무 데었던 터라 조금 사그러 들었다. 이게 다 이번 씨네21에 실린 멋진 인터뷰때문이다.

송경원 기자의 정성일 평론가에 대한 평으로 시작하는 인터뷰인데, 그 시작부터 좋았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해왔었기에.

왜 영화를 찍냐는 질문에, 영화를 배우기 위해 찍는다는 대답. 무릎을 탁~! 쳐버렸다.

5. 이상하게도 pt 의 마지막 세트를 가장 완벽하게 끝내는 습관(?)이 있다. 몸을 덜 풀어서 마지막에 가서야 잘 되는건지, 아님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씨네21을 다 읽고 연구실로 돌아오며 씨네21 구성이랑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르륵 기사가 실리고 광고가 실리고 그리고 맨 마지막장에 칼럼이 한 편 실리는데, 그 칼럼에 항상 씨네21의 방점이 찍혀있다는 생각이 들게하기 때문이다.

어제 공연에 갔다가 만난 이, 오늘 운동을 갔다오다 만난 이. 나는 어떤 마무리를 지으며 살고 있나 성찰하게 만든 어제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