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세츠코

언젠가는 글을 한 번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노트북 바탕화면을 정리하다 발견한 사진에, 그 날이 오늘인가보다 생각했다.

사실 ZARD 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땐, 아 아마도 내 인생에 이만큼 좋아하게되는 연예인은 아마도 ZARD 가 마지막이겠거니, 그런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그런 생각은 꽤나 오래갔는데 그 생각을 깬 것이 바로 하라 세츠코였다.

아마도 일본에 있을 때도 하라 세츠코를 좋아했다면, 내가 다녔던 여행의 양상이 바뀌었을텐데. 아마도 여행을 취소했던 아타미에 다녀왔을 것 같고, 가마쿠라에 여러번 더 왔다갔다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미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일년이 지난 뒤였겠지만.

세상에나… 방금 이 글을 쓰면서 기분이 께림칙해 옛 여행기를 찾아보니 그녀가 세상을 떠난 2015년 9월 5일에 난 도쿄에 있었구나. 심지어 9월 4일엔 가마쿠라에 다녀왔다. 세상에나.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엇이 하라 세츠코를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몇 편 되지 않는 그녀의 영화를 아껴보고,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히히덕 거린다.

오늘 일을 멋지게 마무리하면 밤엔 하라 세츠코 영화를 한 편 때리며 맥주를 벌컥일 수 있다 상상하곤한다. 하루를 보내는 힘이 조금은 솟아난다.

아무래도, 하라 세츠코는 내게 있어 인간의 본성과 본능에 대해 고찰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녀의 다른 영화들이 무척 보고싶지만 꾹 참으며 천천히 천천히 꺼내고 있다. 더 이상 보지 않은채 남은 영화가 없다 생각하면, 그녀의 부재가 정말 크게 다가올 것 같다. 아직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거라 상상하며.

영원히 박제되어버린 멋진 사람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