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광

여러가지 단편을 모아 쓰는 일기.

영화포스터 관련 논문 제출 뒤 받았던 리뷰들을 긁어 모았다. 예전엔 리뷰를 읽는게 두렵고 무서웠는데 그 뭐랄까.. 모기물린데 짜증나지만 긁다보면 느끼는 희열.. 그런 느낌으로 뭔가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졌다. 변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ZARD 노래를 듣다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고, 생각을 들어본 적도 없고, 더군다나 죽은 사람인데 뭐랄까… 친한 친구와의 데이트하는 기분이다. 그냥 나는 일방적으로 음악을 듣고만 있는데도 하루동안 있었던 재밌던 일, 화나는 일, 평소에 스쳐지나가는 생각들 그런 것들을 종알종알 같이 얘기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그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다보니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나는 조부모, 외조부모와 끈끈한 정이 없었고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내 스스로 정한 거리 때문에 어리광이 결핍되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핍된 어리광을 풀어보려는 (나도 몰랐던) 노력으로 어른의 세계를 동경하고, 또 그 어른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냥 그랬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외할머니와 통화를 했다. ‘할무니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뒤에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다음에 만나뵈면 꼭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